2021년 4월 7일 수요일
그날의 ‘나’를 기억함으로써
작품은 순간과 기억을 캔버스에 고정할 뿐일까? 낯익지 않은 순간과 기억도 반복되고 시간이 지나면 쉽게 흩어지기에 정이지는 의식하지 않으면 잊어버릴지도 모를 장면을 그린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경험했던 그림을 닮은 기억이 떠오르고 그들과 내 감정은 다분히 연결된다. 바다에 잠긴 듯 냉담한 색조에, 진실을 요구하고 어쩌면 책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눈빛에 잊을 뻔했던 사건을 떠올린다. 잊어서는 안 되는 한 장면이 중요한 대상으로 기록되면서 과거의 시간은 다른 의미를 품고 되살아난다.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던 버스. 3일 간의 여행은 피곤했기에 한두 명을 빼고는 모두 곤히 잠든 상태. 버스 앞쪽에서 백색소음처럼 흘러나오던 뉴스 소리에 나도 잠이 들던 참. 그리고 속보. 잠이 달아났다.
저녁 늦게 집에 도착하니 온가족이 재난 영화라도 보듯, 침몰하는 배를 보고 있었다. 버스에서 보았을 때보다 구조자가 줄어들었다. 그건 오보였구나.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一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저녁을 먹으면서 한둘씩 구조되는 장면을 보고, 친구들과 카톡하면서 이 이야기를 나누고, 밤에는 무책임한 선장을 질타하고 실책의 원인을 파악하는 뉴스를 보았다. 그렇게 3일, 5일, 1주, 2주.
대국민 사과를 ‘보았다’. 내가 어떤 표정으로 시청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Season of Fig 3〉에서 진실을 답해야 할 것만 같은 눈빛으로 나를 괴롭게 한 인물은 나였을지도. 그날의 내가 작품이 되어 지금의 나를 본다. 지금의 나는 ‘나(작품)’를 통해 그날의 나를 떠올린다. 과거의 사건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현재는 새로운 가능성을 불러온다.
기억한 후에 보니 피하려고 했던 이 순간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 된다. 작품에 기록된 순간은 과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기억은 현재의 의미를 알아차리게 하고, 다가올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한다.
오늘의 반성 :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고 하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내일의 계획 : 내가 어떤 상태이든 세상은 흘러간다. 정신 바짝 차리자! |
댓글
댓글 쓰기